금요일 저녁은 언제나 한 주 동안 쌓인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특히 지난 금요일에는 아침에 열린 북중미 월드컵 48강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덕분에 온종일 마음이 들떠있기도 했습니다. 비록 경기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가올 3차전 남아공전의 승리를 다짐하며 작은 홈파티를 열었습니다.
위로와 응원의 자리를 빛내준 주인공은 스페인의 보석 같은 화이트 와인, 테라스 가우다 오 로잘(Terras Gauda O'Rosal)입니다. 스페인 갈리시아의 대표적인 산지 리아스 바이사스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국내외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해산물 치트키로 통하는 유명한 보틀입니다.

이 와인의 정체성은 독특한 세 가지 토착 품종의 조화에서 나옵니다. 산뜻함을 담당하는 알바리뇨가 70%로 중심을 잡고, 구조감을 더하는 까이뇨 블랑코가 23%, 매력적인 아로마를 피우는 루레이로가 7% 블렌딩되어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2.5%이며,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 리(Sur Lie) 과정을 3개월간 거쳐 묵직한 바디감과 부드러운 텍스처를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드라이하면서도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어 해산물 요리와 매칭했을 때 최고의 시너지를 냅니다.

식탁에 앉아 향을 맡아보니 레몬, 청사과, 복숭아의 이슬을 머금은 듯한 신선한 과일 향이 지배적입니다. 이어서 뒤따라오는 은은한 허브와 미네랄의 짭조름함이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92점을 부여하고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에서 서빙되는 이유를 입안에 머금는 순간 단번에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이나 전문가들의 추천을 보면 주로 신선한 굴이나 문어 숙회, 조개류와의 페어링이 언급되지만, 저희는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배달 음식인 '부엌숲'의 시칠리안 꽁치 대파 오일 파스타를 준비했습니다.

미리 보울에 구운 방울토마토, 샐러리, 가지, 버섯을 정성껏 담아 가니시로 곁들였습니다. 자칫 비릴 수 있는 꽁치 오일 소스의 묵직함을 와인이 가진 예리한 산미가 단숨에 잡아주며 입안을 아주 깔끔하게 정돈해 주었습니다.




바다 풍미의 파스타 소스에 찍어 먹는 사워도우의 담백함, 그리고 디저트로 곁들인 그린키위와 수제피클의 상큼함이 화이트 와인의 시트러스한 캐릭터와 기분 좋게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축구의 아쉬움을 미식의 즐거움으로 완벽하게 치유한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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